현대차는 땅을 사고, 삼성은 미래를 샀다? 두기업 다른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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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뉴스를 통해서 상당히 놀라운 뉴스를 하나 접했는데 삼성전자가 하만그룹을 9조원이 넘는 가격에 인수를 했다는 소식 이었습니다. 


삼성은 최근까지 프린터 사업부를 포함해서 자사의 계열사 들을 마구 잡이로 매각해 왔는데 그렇게 모은 돈으로 과연 어느 기업을 인수할지 상당히 궁금했던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최근 루머로 돌았던 유명 오디오 기업 '포칼(focal)' 을 인수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그런가 했는데 알고보니 그건 연막 이었고 진짜는 따로 있었습니다. 



9조원으로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 


오랜시간 삼성그룹은 인수합병 시장에서 큰 돈을 쓰지 않았습니다. 물론 삼성페이 신화를 만든 미국 루프페이 회사 인수도 있었지만 거액의 돈이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돈만 쌓아놓고 어디에 쓸거냐는 비난도 있었지만 이렇게 큰 건 한방 터트리기 위해서 기다려 왔나 봅니다. 


이번에 '하만 그룹' 을 인수하기 위해서 쓴 돈은 자그마치 80억 달러로 원화로 하면 무려 9조3천억에 달하는 금액으로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인수합병) 사례 중에서 가장 큰 규모 입니다.  


▲ 하만그룹 홈페이지, 삼성전자의 인수소식을 알리고 있고 이미 삼성로고가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습니다. 이번 인수에 대해서 시장의 반응도 좋아서 인수 당일 하만 주가도 상당히 올랐습니다. 


다수의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소유한 하만그룹  


이번에 인수한 하만 그룹은 하만카돈(Harman Kardon) 같은 오디오 브랜드 뿐만 아니라 JBL, 마크레빈슨, AKG, 렉시콘, 뱅앤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보다 더 큰 기업입니다. 


음악에 관심있는 분들은 열거한 브랜드 상당부분 친숙 하실 것 같고 그리고 잘 모르는 분들도 다들 한번씩은 보셨거나 들으셨을 겁니다. 


▲  하만 소유 오디오 브랜드 


또한 자동차를 좋아하는 분들 역시 친숙할 수 밖에 없는게 프리미엄급 차량에는 하만의 오디오 브랜드가 대거 탑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제네시스 플래그십 모델인 EQ900 에는 렉시콘이 탑재되어 있고 볼보 S90에는 바우어앤윌킨스(B&W) 그리고 메르세데스 벤츠, BMW 과 같은 명차 에도 하만 오디오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차를 광고할때 내세우는 부분중에 하나가 유명 브랜드의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 유무 입니다. 보통 프리미엄 모델에서 많이 탑재되는게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자연 스럽게 오디오 브랜드에 친숙해 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 파트너 자동차 브랜드 


위 그림에서 보듯이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는 대부분 하만과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만이 보유한 다양한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 제네시스 EQ900, 렉시콘 오디오 


▲ 볼보 S90, B&W


카오디오 시장에서 무려 41% 점유율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회사 입니다. 또한 단순한 오디오 시스템만 파는 기업이 아닌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장 점유율 21%로 1위를 달리고 있고 텔레매틱스, 보안, OTA(Over The Air : 무선통신을 이용한 SW 업그레이드)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하만 그룹의 사업 분야 (오디오 분야는 우리가 잘 아는 부분이고 커넥티드카 분야에 있어서도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전장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그냥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TV에 렉시콘 로고 하나 넣자고 9조를 투자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스마트폰과 IT기기에서 음향 부분 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기 때문에 이런 부분의 협력도 중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삼성전자는 하만 그룹 인수를 통해서 자동차 전장사업의 한 가운데로 뛰어 들었다는 것 입니다. 야심차게 자동차 시장에 뛰어 들었다가 결국 실패 하고 프랑스 르노에 삼성자동차를 넘기고 시장을 떠났던 삼성이 다시 이 시장에 컴백할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바퀴달린 사업은 절대 안 한다' 는 삼성이지만 자동차는 IT 와 결국 하나로 융합하는 시대가 올 것 이기에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삼성전자 보다 일찍 전장사업에 뛰어든 LG전자 는 현재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사진: GM 과 LG전자가 협력해 만든 순수 전기차 볼트EV 


그동안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변방의 기업에 불과 했던 삼성은 LG그룹이 꾸준히 전장사업에 투자해 오면서 발전해 왔던 것과 달리 뭐 하나 내세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삼성SDI 가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긴 하지만 그것 가지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맨땅에 해딩' 이 아닌 이미 규모를 갖춘 자동차 전장사업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피아트 크라이슬러(FCA)' 의 부품사업 자회사인 ‘마그네티 마렐리’ 였습니다. 


오랜 시간 맛 보기를 하며 인수에 공을 들였는데 삼성이 선택한 것은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던 하만 그룹이었습니다. 정말 허를 찔린 기분인데 어찌보면 삼성이 옳은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 마그네티 마렐리를 인수 한다고 했을 때 좀 의아 했던게 사실 입니다. 


▲ 마그네티 마렐리 


자동차를 만들지 않겠다는 삼성이 파워트레인, 서스펜션, 조명 등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를 인수해서 뭘 하려는 걸까 궁금했던게 사실입니다. 사실 두 회사가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 만한 것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삼성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직접 만든다는 생각이면 모를까 오히려 마그네티 마렐리를 인수해야 하는 회사는 현대차 같이 자동차와 부품을 만드는 회사가 맞습니다. 


그 대신에 하만 그룹을 선택한 건 삼성전자의 현명한 선택 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회사는 앞으로 만들어갈 이야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하만그룹은 수 많은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포테인먼트 기술, 텔레매틱스, 보안, OTA, 커넥티드 카 등 자동차 전장사업에 있어서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모바일 기술이 접목 되면 어떤 그림을 만들어 갈까요?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하만이 그동안 만들어놓은 완성차와의 공급망과 협력관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IT 분야 에서 애플과 쌍벽을 달린다고 해도 자동차 전장시장에서는 애송이에 불과 하기에 짧은 시간에 완성차와 관계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만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전장사업의 변방기업에서 핵심기업으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현대차가 삼성전자를 잠재적인 경쟁자로 인식을 하고 있긴 했지만 딱히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이젠 실질적인 위협이 되어 버렸습니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 역시 일대 혼란에 빠졌을 것 같습니다. IT 기업의 공룡인 삼성이 전장사업의 공룡인 하만과 합체를 했으니 어떻게 판을 흔들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차근 차근 전장사업에 매진하며 이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LG전자는 참 허탈할 것 같습니다. 


엄청난 돈을 앞세워 한순간에 그 간극을 매꿔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는 미래를 위해 의미있게 썼기에 비방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돈을 비전이 아닌 현재를 위한, 이해할 수 없는 투자 였다면 욕을 먹겠지만 회사의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투자 였기 때문에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서 국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0조원으로 땅을 산 현대자동차 


이번 인수 소식을 들으면서 떠오른 기업이 하나 있었습니다. 10조가 넘는 돈으로 왜 근시안적인 투자를 할까 생각을 들게 했던 현대차 그룹이 그렇습니다.  



국내 자동차 1위 기업인 현대차는 사옥을 짓기 위해서 서울의 노른자 땅에 무려 10조가 넘는 돈을 투자 했습니다. 한전 삼성동 부지를 감정가인 3조3300억원 보다 3배 이상 높게 제출해 결국 땅을 얻게 되었는데 이때 같이 경합한 삼성전자가 제출한 5조원보다 2배 높은 가격 입니다. 


▲ 현대차그룹 삼성동 글로벌 비지니스 센터(GBC)


현대차는 삼성동에 흩어져 있는 계열사를 한데 모아서 효율성과 집중력을 극대화 하고 105층으로 한국에서 제일 높은 랜드마크 건물 건립과 컨벤션 센터, 호텔 그리고 공연장 등 다양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현재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를 통해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와 BMW 벨트를 한국에 구현한다는 계획입니다. 사실 현대차의 계획을 들어보면 아주 나쁜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현대차의 생각과 달리 그렇게 우호적이진 않습니다. 


▲ BMW 벨트(Welt)


무려 10조가 넘는 돈을 땅 사는데 투자 했고 그리고 앞으로 건물 공사 비용까지 추가 된다면 그 보다 훨씬 많은 돈이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차가 부동산 회사나 리조트 회사라면 이런 투자가 이해가 가겠지만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본업이 아닌 부동산에 이 정도의 엄청난 돈을 투자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현대차는 현재 여러가지 내우외환의 악재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런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 한전부지 매입 시점과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부지매입 전만 해도 20만원 넘게 형성되었던 주가는 부지매입 소식이 전해지고 19만원대로 내려 앉았고 그 후 계속 하락을 하다가 어제(17일) 132,000원에 머물고 있습니다. 


최저 123,000원 까지 내려 가기도 했는데 현재 13~14만원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부진한 움직임으로 한전 부지 매입 전 시세로 돌아 가기에는 힘들어 보입니다. 만약 현대차가 그때 10조가 넘는 돈을 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 또는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과 같이 전장사업과 관련된 회사를 인수 하는데 썼거나 시설에 투자 했다면 이렇게 부진한 주가 흐름은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 테슬라 모델S


큰 폭으로 떨어진 주가는 결국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반영한 것이고 저를 포함한 국민들 또한 실망감을 느꼈던 부분이 큽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지금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의 새로운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IT의 공룡인 애플과 구글도 자동차 시장을 기웃 거리고 전기차 시장의 강자 테슬라는 내년에 국내에 진출을 합니다.  


▲ 중국회사에 인수된 볼보 


또한 삼성전자는 하만그룹을 인수 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전장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시장은 급변하고 있고 현대차는 지금까지는 잘해 왔지만 요즘 길을 잃고 우왕좌왕 하는 듯 보입니다. 친환경차,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경쟁에서 뒤쳐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10조의 돈을 가지고 땅 산 것도 좋지만 그 대신에 유명 자동차 브랜드를 인수 했으면 어땠을까요? 개인적으로 요즘 부활하고 있는 볼보를 볼때마다 아쉬운 것이 있습니다. 만약 볼보가 매물로 나왔을때 현대차가 인수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죠. 결국 볼보는 중국 지리 자동차에 인수가 되었고 다시 부활 하면서 저의 배를 아프게 하고 있지만, 현대차가 볼보를 인수 했다면 더 멋진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두 기업은 거액의 돈으로 극명하게 다른 투자를 했고 시장의 반응도 극명하게 나뉘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주가는 추락 했고 마천루의 저주처럼 그 이후 계속되는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 반 현대차 감정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두 회사의 거액의 배팅은 10년 후에 회사를 어떻게 변모 시킬까요? 땅에 투자한 회사와 비전을 위해 투자한 회사, 벌써부터 그 미래가 궁금해 집니다. 


by 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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