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로 승승장구 중국차 지리, 위기의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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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수입차 시장을 보면 예전과 달리 상당히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등 독일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할때와는 달리 지금은 독일차가 주춤하고 그 자리를 일본, 영국, 스웨덴차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스웨덴 볼보의 활약이 인상적입니다.


불과 몇년전 까지만 해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던 스웨덴 자동차 브랜드 볼보는 최근 국내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TV 프로그램 '효리네민박' 을 보면 이효리, 이상순 차로 등장해서 유명세를 타는 XC90 역시 볼보 브랜드 입니다. 물론 'PPL' 이긴 하지만 말이죠


▲ 볼보 XC90


개인적으로도 국내에 판매중인 대형SUV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차량이기도 한데 볼보는 현재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승승장구를 하고 있습니다.


볼보는 올해 7월까지 4,136대를 판매 하며 작년(3,030대) 보다 높은 36.5%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월 판매량도 7월 624대로 작년 453대에서 37.7% 판매량이 늘었습니다.


현재 국가별 판매 순위에서 독일, 일본, 영국, 미국에 이어서 4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기세라면 월 판매량 1천대 돌파도 꿈은 아닐 것 같네요. 현재 추세라면 올해 누적판매량 7천대 돌파도 가능해 보이는데 이는 볼보 역대 최대 판매량 기록입니다.


볼보는 2011년 이후 6년 연속 연간 판매량 최고 기록을 갱신하며 순항중입니다.


과거 이 회사 저 회사에 팔려 다니며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했던 볼보는 이제 환골탈태에 완벽하게 성공 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볼보의 성공 신화를 볼때마다 저는 배가 아픕니다.


그 이유는 지금의 볼보차의 주인은 중국차 브랜드인 '지리(Geely)'이기 때문입니다.



2010년 10월 중국차 지리가 볼보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정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차 '포드(ford)'가 몰락해 버린 스웨덴차 볼보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을때 과연 볼보를 누가 인수할까 시장의 관심은 상당했습니다.


비록 볼보가 이리저리 팔려다니며 거의 망조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여전히 명성 있는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전 이때 현대차가 볼보를 인수하길 바랬습니다.


2000년대 중반 현대차는 외형과 실적면에서 상승세에 있었기 때문에 해외에 매물로 나온 매력적인 기업을 M&A(인수합병) 할 여력이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잘나가다 보니 너무 자만했던 걸까요?


현대차는 지금도 그랬지만 그때도 인수합병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이때만 해도 혼자서도 잘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너무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2조원에 볼보 인수 중국차 지리


결국 볼보는 생각지도 못했던 중국차 지리 자동차에게 인수가 됩니다. 매각 대금은 18억달러로 2조가 넘는 금액이었는데 이때 볼보 자동차의 매출은 지리자동차 보다 20배가 더 컸습니다.


한 마디로 뱀이 코끼리를 삼켰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쇼킹한 인수합병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식을 접하면서 충격과 함께 배가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이때의 볼보는 정말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었기에 볼보를 인수한 지리가 먹고 체하기를 바랬던 것이 사실입니다.



▲ 지리 GC9


하지만 그런 저의 바램과 달리 볼보는 지금 다시 부활하고 있고, 지리 자동차 역시 볼보로 몸보신한 덕분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윈윈(Win-Win)하고 있는데 아주 이상적인 인수합병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지리 SUV Boyue

중국 지리 자동차의 주가는 올 들어서만 주가가 세배 가량 뛰었는데, 현재 전세계 자동차 기업중 가장 빠른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볼보, 지리 두 회사가 쌍끌이 행진을 하며 맹활약을 하고 있는데 이를 보는 현대차의 기분은 참담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왜 이때 볼보를 인수하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감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만약 이때 볼보만 인수를 했었더라도 현대차는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을 겁니다.


현대차는 이때 볼보도 인수하지 않았지만 그 보다 앞선 2008년 매물로 나왔던 재규어-랜드로버 역시 현대차는 외면을 했습니다.


재규어-랜드로버가 매물로 나왔을때도 현대차는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현대차는 이때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결국 인도의 타타그룹이 재규어-랜드로버를 2조3000억원에 인수 합니다. 볼보와 마찬가지로 타타그룹의 인수는 성공적이었고 재규어-랜드로버 역시 다시 부활 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국내 시장에서 영국차는 독일- 일본에 이어서 3위에 랭크되며 질주하고 있는데 다 재규어-랜드로버 브랜드의 맹활약 덕분입니다.


현대차가 놓친 볼보, 재규어, 랜드로버는 아이러이하게도 국내시장에서 맹활약하며 수입차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두 회사 중에 하나만 인수를 했더라도 현대차의 고급화 전략에 큰 도움을 받았을겁니다.


▲ 제네시스


특히 볼보는 현대차가 야심차게 출시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성공 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볼보를 인수한 지리는 볼보의 기술을 공유받으며 자동차의 품질을 빠르게 업그레이드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리차의 올 1~6월 누적 판매량은 53만627대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무려 89% 급증했습니다.


이런 성장세에 힘 입어서 올해 판매량 목표치도 기존의 100만대에서 110만대로 상향 조정할 정도입니다.


▲ 프로톤, 로터스


이외에도 말레이시아 자동차 회사 프로톤(Proton)의 지분 49.9% 를 인수했고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인 로터스(Lotus) 지분을 51% 인수 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글로벌 시장에 나왔던 매력적인 매물인 볼보, 재규어, 랜드로버 인수를 외면했던 현대차가 참고 기다렸다가 투자한 곳은 엉뚱하게도 부동산 시장이었습니다.


10조원으로 땅 산 현대차


현대차는 2014년 4월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예상입찰가(3조4000억원)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을 써내며 삼성그룹을 제치고 매입하는 데 성공을 합니다.


▲ 현대차 GBC 조감도


10조가 넘는 어마무시한 매입금액은 볼보, 재규어-랜드로버를 모두 인수하고도 남는 금액이었습니다.


인수시장을 외면하며 실탄을 부지런히 모아온 현대차는 그 총알을 결국 땅사고 본사를 짓는데 사용하고 만 것 입니다. 100층이 넘는 글로벌지니니스 센터(GBC)에 승부를 건 것 입니다.


▲ BMW 벨트(WELT)


현대차는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와 BMW '벨트' 같은 아주 멋드러진 컨트롤타워를 보면서 상당히 부러웠나 봅니다.


물론 거대해진 현대차 입장에서 이에 걸맞는 건물을 세우는 것도 맞지만 좀더 내실을 다한 후에 추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굳이 서울에 세워야 할 필요도 없는데 말이죠. 그것도 가장 땅값이 높은 강남에 말이죠.


현대차는 10조원이 넘는 돈을 땅 사는데 투자했고 그에 앞서 2011년 자동차와 별 연관성이 없는 현대건설을 인수 하는데 4조97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무려 15조에 가까운 돈을 경쟁력 강화와 조금 먼 곳에 투자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돈의 일부를 글로벌 시장에 매물로 나온 자동차 회사나 이와 관련된 업체를 인수했으면 어땠을까요?


지리(중국)

2010년 볼보인수 (2조1000억원)


타타(인도)

2008년 재규어-랜드로버 인수 (2조3000억원)


현대(한국)

2014년 한전부지 매입 (10조 5500억원)

2011년 현대건설 인수 (4조9700억원)


땅값만 10조원이 넘는 한전부지에 건설 하려는 GBC는 지금 여러가지 난관에 부딪치며 공사도 제대로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환경영향평가서를 둘러싸고 난항을 겪고 있고 또한 인근의 사찰 봉은사가 일조권 침해로 GBC 건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 자중지란에 빠진 상황입니다.


미국,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락하면서 점유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국내 시장에서는 노조가 6년 연속 파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무한 경쟁에 돌입 하면서 생존을 위해서 달려가고 있을때 현대차는 노사 대립으로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땅에 투자한 현대차의 주가는 2013년 6월 23만원을 넘었지만 지금(21일) 14만원대로 60% 가량 하락을 했습니다. 볼보를 인수한 지리는 올해 1년새 176% 급등한 것과 상당히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이미 15조 이상을 투자해서 앞으로 매물로 자동차 회사들이 나와도 인수할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현대차는 여전히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의견을 내비쳤고 또한 시장에서도 볼보, 재규어, 랜드로버 같은 매력적인 매물도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너무나 다른 투자와 너무나 다른 결과.. 현대차의 선택이 요즘따라 더욱 아쉽게 느껴질 뿐 입니다.


by 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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