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에 우는 영국차, FTA에 웃는 미국차
- 자동차/이야기
- 2016. 6. 28. 06:56
요즘 영국이 EU를 탈퇴한 브렉시트(BREXIT) 여파로 금융 부분에서 난리도 아닙니다. 저도 조만간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날 계획이라 환율에 민감한데 요즘 달러대비 근 폭으로 폭락한 원화 가치를 보면 그저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유학생 자녀가 있거니 미국,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분들이라면 이런 심쿵한 심정을 이해 하실 것 같네요.
브렉시트 때문에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도 여러가지로 혼란 스럽습니다. 전혀 예측을 하지 못한 사건의 발생이라 그런데 금융 뿐만 아니라 자동차 분야도 예의는 아닙니다.
브렉시트 통과, EU 관세 혜택 못 받는 영국차
평소에 주로 살펴보는 환율 정보는 미국 달러, 일본 엔 인데 이번 브렉시트 파문으로 영국 파운드 환율을 한번 살펴 보았습니다. 달러, 엔이 강세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영국 파운드의 가치는 현재 폭락중입니다.
찾아보니 지난달 5월16일에 1파운드에 1745원 정도 했는데 27일 환율을 보니 1583원을 기록 중입니다. 거의 폭락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최근 5년 동안의 기록을 보니 가장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럼 영국에서 수입하는 영국차의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단순 가격적인 것으로 본다면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를 수입할때는 관세라는 것이 붙는데 가격이 비싼 자동차는 관세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습니다.
브렉시트 통과로 영국은 EU 공동체에서 스스로 걸어나왔습다. 더 이상 EU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었는데 이로서 국내에 수입되는 영국차들은 EU와 한국과 체결한 FTA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 벤틀리 벤테이가
현재 국내에 판매가 되는 영국산 자동차 브랜드는 7종입니다.
재규어, 랜드로버, 미니, 롤스로이스
벤틀리, 애스턴마틴, 로터스
한때 독일차의 공세에 맥을 못 추던 영국차는 작년에 터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건으로 신뢰를 잃은 독일차를 대신해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독일차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그 대안으로 영국차로 눈을 돌리면서 판매량이 상승 중입니다.
▲ 재규어 F타입
올 1월~5월 기간동안 판매량은 9082대로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2.3% 줄었지만 영국차는 35.3% 늘었습니다. 또한 수입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7.0% 에서 9.7%로 늘어났습니다.
랜드로버의 약진이 돋보이는데 고급SUV인 랜드로버/레인지로버가 국민 SUV 가 아닌가 할 정도로 여기저기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입SUV중에서 티구안, 익스플로러 다음으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모델의 판매량이 높습니다.
이런 상승의 분위기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브렉시트는 분명 호재가 아닌 악재라 할 수 있습니다.
▲ 레인지로버 오토바이오그래피
한국과 EU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8% 의 관세율(1,500cc 이상)이 지난 2011년 7월부터 낮아져서 2014년 7월 관세가 전면 폐지되었습니다. 이제 EU를 탈퇴한 영국이 앞으로 독자적으로 한/영 FTA 체결을 하지 않으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럼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는데 국내에서 독일/미국/일본차와 경쟁해야 하는 영국차에게는 악재라 할 수 있습니다.
다행스럽게 아직은 2년의 유예 기간이 주어졌지만 그 후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FTA 관세 전면 철폐로 웃는 미국차
반면, 브렉시트 악재를 얻은 영국차와 달리 미국차에게는 좋은일만 생기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미국산 자동차의 관세가 전면 철폐되면서 미국차의 가격경쟁력은 더욱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요즘 부쩍 많아진 미국차를 도로에서 만나 볼 수 있는데 예전과 달리 미국차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 포드 익스플로러
특히, 미국차 중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포드 익스플로러는 국민 SUV 라 불려도 좋을 정도로 여기저기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차 판매량을 보면,
미국차 판매량
2011년 13,669대 (FTA 발효 직전)
2012년 28361대
2013년 31654대
2014년 34344대
2015년 49,096대
표에서 보듯이 계속해서 상승중입니다. 그리고 관세가 완전 철폐된 2016년 올해의 성적이 상당히 좋은데 1~5월까지 수입 대수는 2만8164대 입니다. 전년동기 1만9342대보다 45.6% 증가한 수치인데 같은 기간 일본차는 1.6%, 독일차는 12.7% 감소했습니다.
앞서 영국차는 같은 기간 9082대 판매 되었다고 했는데 미국차의 판매량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국차 점유율 상승 일등 공신 한국GM
이렇게 미국차의 판매량 증가에 공헌한 일등 공신은 재미있게도 한국GM 입니다. 한국GM은 현재 국내에 무늬만 국산차인 임팔라, 카마로를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 쉐보레 임팔라
준대형 세단 임팔라의 초반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는데 아무래도 수입차라 공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서 판매량이 많이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차 점유율을 높이는데 있어서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임팔라는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이 6999대입니다.
이런 관세철폐의 영향으로 수입 가격이 낮아지면서 한국GM은 임팔라 국내 생산 약속을 취소했고 또 신형 캡티바 역시 국내 생산을 포기 했습니다. 국내 생산보다 미국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계산 때문입니다. 앞서 이와 관련된 포스팅을 작성했는데 앞으로 한국GM이 국내 생산 보다는 미국에서 직수입하는 모델들의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쉐보레 카마로
즉 임팔라와 같은 무늬만 국산차 비율이 높아진다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되면 미국차의 점유율은 더 큰 폭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산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생기다 보니 토요타, 혼다, 닛산, 폭스바겐 같이 미국에 생산공장이 있는 회사들은 미국산 차량의 수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토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폭스바겐 파사트가 미국산인데 요즘 가격적인 경쟁력이 생겨서 왜 그럴까 궁금했다면 다 이런 이유가 숨어 있었습니다.
▲ 포드 머스탱
이뿐만 아니라 미국차 브랜드인 포드, 크라이슬러, 캐딜락등도 판매량이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자동차 산업에서 한국쪽의 불균형 무역에 대한 이의를 꾸준히 제기해 왔는데 요즘 국내 미국차 분위기를 보면 그런 말은 쏙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동안 수입차 시장을 장악하던 독일차가 디젤게이트 역풍을 만난 상태에서 FTA 혜택으로 순풍을 단 미국차의 판매량 행진은 앞으로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산 자동차를 좀 더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만큼 국산 자동차 회사의 점유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기에 그저 반가워 할 수 만은 없네요. 현대기아차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은 있지만 그래도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입니다.
브렉시트 여파로 앞으로 영국차는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험난한 여정이 예상됩니다. 특히 영국에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는 자동차 회사들은 벌써부터 다른 곳으로의 이주를 추진중이라고 하네요. 아무래도 EU 에서 누렸던 관세혜택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영국으로 수출하는 현대기아차 같은 자동차 회사 역시 역풍을 만났는데 관세혜택이 사라지면 차량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유럽에서 독일에 이어 2번째로 큰 시장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에 공장이 없는 자동차 회사들은 앞으로 영국 공략에 애를 먹을 것 같습니다.
FTA 관세 철폐로 한국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가는 미국차와 어려움을 겪을 영국차의 모습을 한번 살펴 보았습니다. 비슷한 두 나라지만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앞으로 브렉시트 파문으로 자동차 시장에 어떤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지켜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포스팅 ]
바뀐 충돌테스트, 반전 현대 투싼, 굴욕 토요타 RAV4
르노삼성 SM6, QM6 이은 또 하나의 히든카드 SM4
2016 부산모터쇼, 재규어/랜드로버 현장에서 만난 F페이스, 티맵
가정 평화 지켜준다? KT 올레TV모바일 무료로 보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