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회사 샤오펑(Xpeng)의 새 플래그십 SUV G9L이 2026년 10월 12일 파리모터쇼에서 유럽에 공식 데뷔했습니다. 길이 5,120mm의 대형 전기 SUV로, 독일 시작 가격은 7만4,600유로(약 1억1,000만원)이고 유럽 WLTP 기준 최대 591km를 달립니다. 최대 540kW 급속충전으로 10%에서 80%까지 12분이 채 안 걸리고, 첫 고객 인도는 2026년 12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차, 중국에서는 4천만원대에 팔립니다. 같은 차가 유럽에서는 왜 1억원이 넘는지, 그 값을 할 만한 차인지, 그리고 제네시스 GV90과 비교하면 어떤지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샤오펑, 어떤 회사?
국내에서는 영어 이름을 그대로 읽어 엑스펑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지만, 중국어 이름 '小鹏(샤오펑)'에서 온 브랜드입니다. 니오, 리오토와 함께 중국 3대 신생 전기차 회사로 꼽히고, 자율주행과 자체 AI 칩에 특히 공을 들이는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G9L에도 자체 개발한 튜링 AI 칩이 들어가고, 중국형 최상위 트림에는 이 칩이 3개나 들어갑니다.
요즘 샤오펑이 가장 힘을 주는 곳은 해외입니다. 2026년 9월 해외 판매량이 1만55대로 처음 월 1만 대를 넘었고, 1~9월 해외 판매는 5만9,479대로 전년보다 두 배 늘었습니다. 전체 판매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1년 사이 9%대에서 20%대로 올라섰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인도량은 9% 넘게 줄어서, 중국 안에서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도 엿볼 수 있습니다.

중국 4천만원, 유럽 1억?
| 구분 | 중국 | 독일 |
| 시작 가격 | 23만1,800위안(약 4,500만원, 한정 할인가) | 7만4,600유로(약 1억1,000만원) |
| 최상위 가격 | 30만9,800위안(약 6,000만원) | 8만5,600유로(약 1억2,700만원) |
| 파워트레인 | 순수 전기차 + 주행거리 연장형(EREV) | 순수 전기차만 |
| 좌석 | 5인승 | 6·7인승 |
| 생산 | 중국 광저우 | 오스트리아 그라츠(마그나) |
※ 1유로 약 1,479원, 1달러 약 1,324원 기준 단순 환산. 유럽 가격은 부가세 포함, 중국 가격은 한정 기간 할인가 기준입니다.
같은 이름의 차인데 가격 차이가 두 배를 훌쩍 넘습니다. 물론 유럽 가격에는 부가세가 포함돼 있고, 유럽형은 최상위 울트라 트림만 먼저 들어가며 6·7인승으로 좌석 구성도 다릅니다. 여기에 오스트리아 마그나 공장에서 현지 생산하는 비용까지 더해지니, 중국 가격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솔직히 중국차는 싸다는 인식이 아직 강한 상황에서 1억원이 넘는 가격표는 좀 놀랍기는 합니다. 가성비가 아니라 상품성으로 유럽 고급차와 정면으로 붙어보겠다는 의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유럽형 트림은?
| 구분 | 후륜 롱레인지 울트라 | 사륜 퍼포먼스 울트라 |
| 좌석 | 7인승 | 6인승 / 7인승 |
| 독일 가격 | 7만4,600유로(약 1억1,000만원) | 7만9,600유로(약 1억1,800만원) / 8만5,600유로(약 1억2,700만원) |
| 최고출력 | 270kW(367마력) | 430kW(585마력) |
| 주행거리(WLTP) | 최대 591km | 최대 553km |
| 배터리 | 110kWh NCM | 110kWh NCM |
| 급속충전 | 최대 540kW, 10→80% 12분 미만 | 최대 540kW, 10→80% 12분 미만 |
배터리는 두 트림 모두 110kWh NCM(삼원계)이고, 중국형 기준으로 중국 배터리 회사 CALB가 공급합니다. 800V 시스템 덕분에 충전이 정말 빠른데, 샤오펑은 조건이 좋으면 10%에서 80%까지 11.7분이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540kW급 초고속 충전기는 유럽에서도 아직 흔하지 않아서, 이 속도를 그대로 누릴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신 22kW 완속 충전기가 기본으로 들어가는 점은 유럽 소비자에게 반가운 부분입니다.

1억원 값을 할까?
실내를 보면 샤오펑이 이 가격을 매긴 이유가 어느 정도 보입니다. 앞좌석은 센서로 탑승자의 체형과 자세를 읽어 스스로 조절되는 'AI 적응형 시트'이고, 나파 가죽에 열선, 통풍, 마사지가 들어갑니다. 2열도 나파 가죽에 열선·통풍과 10포인트 마사지가 기본이고, 6인승은 독립 시트에 팔걸이까지 달렸습니다. 7인승의 3열 시트도 열선과 통풍, 전동 폴딩을 지원합니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장비도 알찹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21.4인치 3K 화면이 들어가고, 앞쪽에는 17.3인치 중앙 화면과 8.8인치 계기판,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자리합니다. 오디오는 23스피커 시스템이고, 중국형에는 12.5L 냉장고와 앞뒤 좌석을 동시에 눕혀 평평한 공간을 만드는 무중력 시트까지 들어갑니다.
하체도 고급차답게 꾸몄습니다. 중국형 기준으로 이중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감쇠력 조절 댐퍼, 뒷바퀴 조향이 전 트림 기본이고, 회전반경은 5.4m에 불과합니다. 길이 5m가 넘는 SUV가 중형 세단만큼 작게 돌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안전 사양으로는 에어백 9개와 시속 150km까지 작동하는 자동 긴급제동, 타이어가 터졌을 때 차체를 잡아주는 기능이 기본입니다.

GV90과 붙으면?
크기와 성격만 보면 제네시스 GV90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두 차를 핵심 숫자로만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 항목 | 샤오펑 G9L | 제네시스 GV90 |
| 전장 / 휠베이스 | 5,120mm / 3,100mm | 5,285mm / 3,245mm |
| 배터리 | 110kWh | 123.5kWh |
| 최고출력 | 최대 430kW | 490kW |
| 주행거리 | 최대 591km(유럽 WLTP) | 481km(국내 인증 복합) |
| 급속충전 | 540kW, 10→80% 12분 미만 | 350kW, 10→80% 22분 |
| 가격 | 독일 7만4,600유로부터 | 미발표 |
덩치와 출력은 GV90이 한 체급 위이고, 충전 속도는 G9L이 10분 가까이 빠릅니다. 주행거리는 G9L이 더 길어 보이지만, 유럽 WLTP와 국내 인증은 기준이 달라 같은 선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성격도 조금 다릅니다. G9L이 가족 단위 고객을 노린 넉넉한 고급 SUV라면, GV90은 코치도어와 회전 시트를 단 네오룬, 4인승 이그제큐티브 스위트까지 갖춰 한 단계 위의 의전 시장까지 바라봅니다. 그래서 G9L이 위협이 된다면 GV90 최상위 모델보다는 일반형이나 다른 대형 전기 SUV 쪽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한국 출시 가능성?
엑스펑은 이미 한국 법인을 세웠고, 2026년 7월에는 한국 사업을 총괄할 책임자 채용 공고를 내며 국내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차량 인증 준비를 마치고 판매와 서비스 조직을 꾸리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BYD, 지커에 이어 또 하나의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들어오는 셈입니다.
다만 어떤 모델을 언제 들여올지는 아직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고, G9L의 국내 출시 계획도 확인된 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브랜드 인지도를 먼저 쌓아야 하는 만큼, 처음부터 1억원대 플래그십을 들여오기보다는 중형급 모델로 시작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G9L은 중국차가 더 이상 싼 맛에 사는 차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상징 같은 모델입니다. 빠른 충전과 화려한 실내, 에어 서스펜션과 뒷바퀴 조향까지 상품성은 충분히 고급차급이지만, 유럽 소비자들이 중국 브랜드에 1억원 넘는 돈을 낼지는 12월 인도가 시작된 뒤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출시를 기다리시는 분들이라면 샤오펑(엑스펑)이 국내 첫 모델로 무엇을 내놓는지부터 지켜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